재민's 유럽 여행기 - 넷째날 : Naples? Napoli?

[Things I Like/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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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nd July, 2008 - Naples

나름 정들었던 로마를 떠나는 날이다.
8:45 에 출발하는 Eurostart Italia를 타기위해 일찍 일어나서 민박집 내외분께 인사드리고
떼르미니 역으로 캐리어를 질질질 끌면서 나갔다.

표는 어제 끊어놓은 상태라 역에 도착해서 플랫폼과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
'기차역' 이란건 참 매력적이다.
틀에 박힌 레일에 올라타서 틀에 박힌 일상을 벗어날 수도 있고..
기차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서로 다른 목적으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사치도 즐길수 있고 말이다.

다음 도시인 나폴리를 기대하며 기차에 올랐다.
11시 15분 정도에 Napoli Centrale(나폴리 센트랄레-나폴리 중앙)역에 도착했다.

오기전에 나폴리가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어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하다. 우리나라 서울의 수산물, 농산물 시장이랑 비슷한 수준이다.
거기다 남쪽이라 날씨는 무지 덥다.
나폴리란 도시 자체에선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듯 싶다.

주변의 여러 해안도시들을 둘러보기위한 베이스 정도로 생각하고 숙소에 들어갔다.
민박집은 마음에 든다.
흰색 돌벽과, 흰색 복도, 넓은 하얀 방, 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은 아니지만 남쪽나라 다운 바람이 들락날락 거리는게 기분좋다.

점심때도 됐고해서 고대하던 나폴리 피자를 먹으러 나섰다.
시내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길거리에 이미테이션 명품을 늘어놓고 파는 흑인친구들이 보인다.
참 순박하고 밝은 얼굴들인데.. 고생을 하고 있는걸 보면 인종간 격차가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중에 백인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어쨌든 계속 발을 놀려서 맛있다는 피자집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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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가이드북에는 다 나온, 1870년대부터 피자를 화덕에 붙여온 세상에서 젤 맛있는(좀 구란가ㅋ) 집이랜다.

반죽을 그냥 투닥투닥 얇게 펴서 몇 안되는 큼직큼직한 토핑을 얹고 그대로 불길이 낼름대는 화덕으로 직행.
한 5분도 안되서 다 익는다. 근데 결과는 환상적이다. 배고팠던 관계로 만드는 과정 찍는것도 잊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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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좀 이상하게 나왔는데 먹느라 정신없어서 그냥 막 찍었다

위의 피자가 피자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르게리타 피자'로 바질과 물소젓으로 만든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가는 피자고, 아래의 피자는 마리나라 피자로.. 마늘과 오레가노 들만 들어간 깔끔한 피자다.

개인적으로는 마르게리타가 더 나았다. 참고로 피자의 도시 나폴리지만 해산물 들어간 피자는 시키지 말것. 피자위에서 한마리의 거대한 물고기가 뛰노는 것을 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이 가게에는 딱 두종류 피자만 있다.

£4,50 하는 피자로 배를 채우고 이제 아말피를 보러 출발~
사철을 타고 소렌토로 간다. 사철은 우리나라 국철이랑 비슷한 개념인데..
나폴리 사철은 완전 지옥철이다. 레일따라가는 찜질방이랄까..

땀 삐질삐질 흘리며 앉아있으면서 아말피가 이정도 고생하면서까지 갈 필요가 있는걸까 하면서 심하게 고민했다.. 어째뜬 소렌토에 도착하자 이미 기력의 반이상은 빠진 상태..

후딱후딱 표사고 Sita버스를 찾았다. 여기서 여행일정을 뒤틀리게 만든 실수를 했다.
버스를 잘못 탄것. 소렌토에서 나가는 시타버스가 크게 두종류 있는데 소렌토 내부를 마을버스 마냥 도는 버스와, 아말피와 포지타노를 포함한 해안가를 향하는 버스가 있는데
우리는 마을버스타고 축 늘어진 개마냥 앉아있었다.

왜 그런거 있지않은가.. 모르긴 몰라도 이건 아닌데 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 엄습한다.
앞에 보이는 이정표에 왼쪽은 아말피, 오른쪽은 모르는곳!이라고 씌여있는데 버스는 우회전할때 그 느낌은 현실로 다가왔다.

문제는 이제 아말피를 가냐 못가냐에서 국제 고아가 되는가 마는가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순환버스가 아닌가 싶어서 그냥 한바퀴 돌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는데..
버스에는 나와 친구 두명그리고 우리를 힐끔힐끔 보는 기사아저씨만 남았다.
(참고로 소렌토 내부를 운행하는 버스기사는 이상하게 젊은 남자들뿐인데... 남자인 내가 봐도 훈남들이다..
 운전 실력도 대단한데.. 경사와 커브가 굉장히 심한 길뿐인 소렌토에서 엄청난 풋워크를 보여줬다
 경사는 대략 40도 정도에 커브가 270도 정도인 길을 뒤로 밀리지도 않으면서 올라간다. 것두 '버스'로...)

버스는 계속가서 이상한 호텔에 우리를 떨궈놨는데.. 다시 안돌아가냐고 '서툰 영어'로 물어보는데 기사아저씨는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대답하신다. 뭥미... 암튼 손짓으로 저거 타면 된다고 해서 막 뛰어가서 올라타고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다시 소렌토 역으로 돌아왔다.

나폴리 시내로 돌아가는 사철의 시간표를 확인한뒤 아직 미아가 될때 까지는 시간이 남았다고 판단하고, 아말피는 어차피 못가고 소렌토라도 구경하자! 라는 생각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막차 끊겨서 소렌토에서 밤을 보냈더라도(?!) 괜찮았을것 같다. 소렌토는 작고 조그만 마을이지만..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반정도는 결혼식에 초대된 하객들이라해도 거짓말이 아닐  정도로 매력있고 로맨틱한 마을이다. 해가 진 뒤의 소렌토를 언젠가는 보고 말거다.

소렌토의 사진이나 다시 보면서 추억을 곱씹어봐야겠다. 마음은 이미 아말피의 해변에 가있던 상태에서 꿩대신 닭인 소렌토의 거리를 보려하니 카메라는 자꾸 바닷가로 향하더라는거.
그래서 되새길수록 달콤하고 화사한 맛이 나는 소렌토 시내의 모습을 많이 담아오지 못한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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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토 시내를 헤메다가 이상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사진 속의 누군가를 위해 마련된 테이블을 보면서 부러움에 휩싸여서 누른 한 컷. 저 테이블이 당신을 위한 거라면 기분 최고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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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토의 바닷가는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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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은 바다를 향해 열릴까 육지를 향해 열릴것인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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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면서 바다를 향해 뒤를 돌아보다. 그리고 풍경이 있었다.


위의 아쉬운 풍경을 뒤로하고 저녁이지만 아직도 지옥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한여름 저녁의 사철을 타고 나폴리로 향했다.

나폴리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나폴리하면 생각나는 항구는? 산타루치아!
해가 진뒤의 멋진 항구를 상상하며 밖으로 나섰다.

일단 카푸아노 성(Castel Capuano)을 지나 이런저런 광장들에 잠깐씩 머무르고, 산 프란체스코 디 파올라 교회(Chiesa di S. Francesco di Paola)에서 생각외로 괜찮은 곳이기에 좀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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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비시토 광장에 붙어있는 산 프란체스코 디 파올라 교회.


낮엔 사람들의 에너지로 가득하던 광장은 밤이 되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저런 생각하며 터덜터덜 걷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여기서 북쪽으로 좀 올라가면 카스텔 누오보, 즉 누오보 성이 있다. 그런데 잘못 길을 들어서 성의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꼴이 되어버렸는데, 돌아서 가기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산타루치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타루치아는 솔직히 실망했다.
세계의 미항 이라는 타이틀에는 걸맞지 않게.. 너무 초라한 모습이다. 내가 잘못된 위치에서 봐서 그랬는지, 밤이라 시야가 짧아서 잘 안보였는지 몰라도 별로다. 허나 항구의 쓸쓸한 분위기는 정말 제대로 풍겨주는데, 이 나름대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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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루치아를 오른편에 두고 걸어오면서 문득... 나폴리라는 항구도시에서 화려함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좀 틀린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소박하고, 외롭고, 쓸쓸한 이 느낌이 나폴리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은근슬쩍 건네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친구는 먼저 피렌체로 떠나보내고서라도 나는 아말피를 보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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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0 01:14 2008/09/2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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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의 연정 - ... 게리쿠퍼의 뒷모습은 멋졌고..

[Things I Like/Films]

오드리 햅번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과 '하오의 연정(Love in the afternoon)'이다.

이중에서 로마의 휴일이 오드리 햅번의 귀여운 매력을 잘 드러낸 영화였다면,
오드리 햅번의 다른 작품인(감독은 다르다) 하오의 연정에서는 청순과 성숙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앙큼한 오드리의 매력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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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의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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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로마의 휴일은 공주라는 신분이 잘 안알려진 도시에서 앤 공주(오드리 햅번)와 조지 브래들리(그레고리 팩)이 만나서 서로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남자쪽에서는 알고 있지만..) 하루를 보내면서 겪는 로맨스를 보여주며, 여러번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의 달콤함, 상큼함을 무기로 내세운다.
 
로마의 휴일이 가볍고 달콤한 화이트 와인 같다면,
하오의 연정은 달콤함은 있지만 매력있는 쓴맛이 있는 레드 와인 같다.

'하오의 연정'의 히트는 많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신데렐라 컴플렉스에 힘입었다고 봐도 괜찮을 것이다. 중년의 바람둥이 재벌인 플래너건(게리 쿠퍼)이 프랑스 파리에서 바람을 피우다 상대의 남편에게 죽을뻔한것을 19살의 아리안느(오드리 햅번)가 구해주면서 시작된다.

아리안느는 사립 탐정을 아버지로 둔 19세의 순진하고 착한, 음악을 공부하는 아가씨다.
탐정인 아버지는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싹터버린 애정 관계 조사해주는 것을 주로 맡아 하는데,
조사의 상당수는, 즉 클라이언트의 의뢰 대상 일부는 플래너건이 된다.

플래너건이 아리안느의 아버지와 만나서

'You Know me?' 라고 물었을때,

아리안느의 아버지가
' Do I know you?
  Does an art student know Piccaso?'
라고 대답한 부분은 꽤나 유쾌했다 :-)
(의역 하자면 '당신을 아냐구요? 예술 공부하는 학생이 피카소를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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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극중 아리안느의 아버지인 클로드 샤바스(모리스 슈발리에), 오른쪽은 Mr. 플래너건(게리 쿠퍼)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어째뜬 이런 범상치 않은 직업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어머니 없이 자란 아리안느의 취향은 독특하다. 동년배 보다는 중년의 남자에게 끌리는 그녀는 아버지의 서류를 보고 플래너건을 알게 되고, 위기로부터 구해주면서 만나는 사이가 되지만 가슴 설레는 만남도 잠시뿐 온 세상에 여자를 둔 플래너건은 떠나게 된다.

이로부터 몇년후 플래너건은 다시 파리를 찾게 되는데, 오페라 극장에서 우연히 만나지만 바람둥이 플래너건은 처음에 아리안느를 못알아 본다. 자기 외에도 다른 여자가 많다는걸 알고 있는 그녀는 이런 남자에게 딱 맞는 특효약을 처방한다.

이 남자가 가진, 연애의 모토는
'이별을 전제로한 사랑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인듯 하다. 극중에서는 아리안느가 써먹는 대사긴 하지만 말이다.

'Love and Run.
 Everybody happy, Nobody gets hurt. Works out great all around'
-Arianne (Audrey Hepbrun)


어쨋던 이런 '세계'의 남자에게 아리안느는 같은 '세계'의, 그것도 정도가 더한 여자로서 다가가기 위한 연기의 연기를 한다. 특효약은 바로 질투 유발.
순진한 오드리, 아리안느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지 않은채 매혹적이고, 도도한 연기를 하니 그렇게 앙큼해 보일수가 없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법. 그것도 꼬리 잡는것을 주업으로 하는 아버지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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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의뢰인의 물건인 모피코트를 연기 소품(?)으로 사용했던 것을 추궁받는 아리안느

거울을 멋지게 사용한 위의 장면은 훌륭하다.


아리안느 모르게 이 사실을 안 아버지는 플래너건에게 떠나 달라고 부탁을 한다.

중년 남성 둘이 한방에서 나누는 대화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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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건은 조사를 의뢰한 탐정이 그녀의 아버지라는건 꿈에도 모른채,

'... 충고 따윈 필요없어요, 조사 수고료는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수고비를 안받고 그냥 가려는 아버지.

'왜 안받는거요?'
'그 아가씨는 내 딸이니까요... 작은 물고기를 다시 물 속으로 보내줘요'

중년 아저씨들... 나 감동했다

플래너건은 바람둥이고 대책없긴 하지만 신사다.
떠나기로 작정을 하고 떠날 준비를 하는데 아리안느는 오늘도 찾아온다.

그의 떠난다는 말에 아리안느는 가슴이 무너지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듯 오늘도 연기를 한다.
기차를 타고 떠날때까지 아리안느는 곁을 떠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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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올라타고 이별을 준비하는 게리쿠퍼의 모습은 멋졌고, 오드리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렇게 멋진 이별 장면으로 영화를 끝내다니..'
빌리 와일더가 천재라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꺼지기 직전의 촛불이 가장 밝은걸까? 영화는 다시한번 타오른다. 상영할 당시에는 환호성이 터지지 않았을까 싶다...

멋진 영화고, 흑백이지만 영화의 색은 그리 진하지 않은 분홍빛이다.

스냅샷 만으로는 전하기 힘든것이 있는데, 오드리 햅번의 목소리와 발음, 대사 전달력이다.
각 상황에 따른 목소리 톤과 세기의 조절, 그리고 기품있는 발음을 구사하는 오드리는 어디에서든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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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7 10:07 2008/09/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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