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햅번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과 '하오의 연정(Love in the afternoon)'이다.
이중에서 로마의 휴일이 오드리 햅번의 귀여운 매력을 잘 드러낸 영화였다면,
오드리 햅번의 다른 작품인(감독은 다르다) 하오의 연정에서는 청순과 성숙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앙큼한 오드리의 매력을 볼 수 있다.
![]() 하오의 연정 | ![]() 로마의 휴일 |
로마의 휴일은 공주라는 신분이 잘 안알려진 도시에서 앤 공주(오드리 햅번)와 조지 브래들리(그레고리 팩)이 만나서 서로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남자쪽에서는 알고 있지만..) 하루를 보내면서 겪는 로맨스를 보여주며, 여러번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의 달콤함, 상큼함을 무기로 내세운다.
로마의 휴일이 가볍고 달콤한 화이트 와인 같다면,
하오의 연정은 달콤함은 있지만 매력있는 쓴맛이 있는 레드 와인 같다.
'하오의 연정'의 히트는 많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신데렐라 컴플렉스에 힘입었다고 봐도 괜찮을 것이다. 중년의 바람둥이 재벌인 플래너건(게리 쿠퍼)이 프랑스 파리에서 바람을 피우다 상대의 남편에게 죽을뻔한것을 19살의 아리안느(오드리 햅번)가 구해주면서 시작된다.
아리안느는 사립 탐정을 아버지로 둔 19세의 순진하고 착한, 음악을 공부하는 아가씨다.
탐정인 아버지는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싹터버린 애정 관계 조사해주는 것을 주로 맡아 하는데,
조사의 상당수는, 즉 클라이언트의 의뢰 대상 일부는 플래너건이 된다.
플래너건이 아리안느의 아버지와 만나서
'You Know me?' 라고 물었을때,
아리안느의 아버지가
' Do I know you?
Does an art student know Piccaso?'
라고 대답한 부분은 꽤나 유쾌했다 :-)
(의역 하자면 '당신을 아냐구요? 예술 공부하는 학생이 피카소를 모르겠어요?')

왼쪽이 극중 아리안느의 아버지인 클로드 샤바스(모리스 슈발리에), 오른쪽은 Mr. 플래너건(게리 쿠퍼)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어째뜬 이런 범상치 않은 직업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어머니 없이 자란 아리안느의 취향은 독특하다. 동년배 보다는 중년의 남자에게 끌리는 그녀는 아버지의 서류를 보고 플래너건을 알게 되고, 위기로부터 구해주면서 만나는 사이가 되지만 가슴 설레는 만남도 잠시뿐 온 세상에 여자를 둔 플래너건은 떠나게 된다.
이로부터 몇년후 플래너건은 다시 파리를 찾게 되는데, 오페라 극장에서 우연히 만나지만 바람둥이 플래너건은 처음에 아리안느를 못알아 본다. 자기 외에도 다른 여자가 많다는걸 알고 있는 그녀는 이런 남자에게 딱 맞는 특효약을 처방한다.
이 남자가 가진, 연애의 모토는
'이별을 전제로한 사랑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인듯 하다. 극중에서는 아리안느가 써먹는 대사긴 하지만 말이다.
'Love and Run.
Everybody happy, Nobody gets hurt. Works out great all around'
-Arianne (Audrey Hepbrun)
어쨋던 이런 '세계'의 남자에게 아리안느는 같은 '세계'의, 그것도 정도가 더한 여자로서 다가가기 위한 연기의 연기를 한다. 특효약은 바로 질투 유발.
순진한 오드리, 아리안느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지 않은채 매혹적이고, 도도한 연기를 하니 그렇게 앙큼해 보일수가 없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법. 그것도 꼬리 잡는것을 주업으로 하는 아버지가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 의뢰인의 물건인 모피코트를 연기 소품(?)으로 사용했던 것을 추궁받는 아리안느
아리안느 모르게 이 사실을 안 아버지는 플래너건에게 떠나 달라고 부탁을 한다.
중년 남성 둘이 한방에서 나누는 대화는 걸작이다.

플래너건은 조사를 의뢰한 탐정이 그녀의 아버지라는건 꿈에도 모른채,
'... 충고 따윈 필요없어요, 조사 수고료는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수고비를 안받고 그냥 가려는 아버지.
'왜 안받는거요?'
'그 아가씨는 내 딸이니까요... 작은 물고기를 다시 물 속으로 보내줘요'
중년 아저씨들... 나 감동했다
플래너건은 바람둥이고 대책없긴 하지만 신사다.
떠나기로 작정을 하고 떠날 준비를 하는데 아리안느는 오늘도 찾아온다.
그의 떠난다는 말에 아리안느는 가슴이 무너지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듯 오늘도 연기를 한다.
기차를 타고 떠날때까지 아리안느는 곁을 떠나지 못한다.

'기차를 올라타고 이별을 준비하는 게리쿠퍼의 모습은 멋졌고, 오드리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렇게 멋진 이별 장면으로 영화를 끝내다니..'
빌리 와일더가 천재라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꺼지기 직전의 촛불이 가장 밝은걸까? 영화는 다시한번 타오른다. 상영할 당시에는 환호성이 터지지 않았을까 싶다...
멋진 영화고, 흑백이지만 영화의 색은 그리 진하지 않은 분홍빛이다.
스냅샷 만으로는 전하기 힘든것이 있는데, 오드리 햅번의 목소리와 발음, 대사 전달력이다.
각 상황에 따른 목소리 톤과 세기의 조절, 그리고 기품있는 발음을 구사하는 오드리는 어디에서든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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